[쉬버]

 

[20080721, 17:00, 복사골문화센터]

[시놉시스]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인 소년 샨티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외딴 시골로 이사를 간다. 숲과 오래된 집, 그리고 그만큼이나 동네에 오래 산 주민들이 있는 곳. 그곳은 평온한 전원이지만 한편으로는 괴괴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양떼가 흉측한 몰골로 죽어 나간다. 무엇인가 야생의 동물이 양떼를 습격한 것이다. 문제는 그 동물이 양떼뿐만 아니라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연히 공을 주우러 갔던 아이들이 기괴한 생물체를 발견하고, 그 생물체에 대적하려던 아이들 중 한 명은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그런데 우연히도 샨티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그 곳에 있게 된다. 사람들은 소년이 살인범이라 생각하고 용의자에 대한 시선은 점점 험악해져 간다. 소년은 자신도 그 괴생물체에게 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함께 사람들의 오해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그러던 중 소년은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비밀의 봉인이 열리려는 그 순간, 이 모든 것이 우연한 사고가 아닌 음모의 결과였음을 밝혀낸다.

 

공포영화라는 장르는 하나이지만 대체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영화의 분위기는 틀려지겠지요. 한동안 한국영화는 흑발의 직모에 연골이 많이 닳아 바득바득 소리가 나는 사다코 변종형 여귀들이 대세였고, "오픈 워터" 처럼 자연 그 자체가 공포가 되는 영화도 있습니다. 또 전통적인 귀신이라기보다는 오컬트적인 영화도 있을 것이고, 올해 부천에 꽤 넘쳐나는 듯한 좀비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 "쉬버" 의 공포의 대상은 꽤나 새롭습니다. 저는 처음에 숲 자체가 공포의 대상인 줄 알았는데, 영화 중간쯤부터 공포스런 대상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러면서 숲이라는 공간의 신화적인 공포는 갑작스럽게 인류학적이고 사회적인 공포로 변환되지요. 그 사이의 이음매가 아주 팽팽한 느낌은 아니어서, 중반부터 살짝 힘이 풀리는 감은 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박음새는 꽤나 꼼꼼하고 매끈합니다.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건피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소년 샨티는 정말 살기 힘들 것 같아요. 우리 나라는 대한민국의 가을 하늘이 백만불짜리라면서 자랑하지만 사실 스페인의 햇살에 대면 너무나 한철이잖아요. 그렇게 밝고 강렬한 태양의 나라 스페인에서 햇빛을 쬐면 안 되는 병에 걸린 샨티는 그저 박복한 소년입니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거기다 건피증의 2차 병징으로 송곳니까지 솟아납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뱀파이어 새끼라고 놀리곤 하죠. 일조량이 짧은 시골에 가서 살면 좀 나을 줄 알았는데, 친구도 생길 것 같았는데 소년은 갑작스럽게 이 마을의 살인사건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유일한 목격자인데도 이 작은 마을의 배타성은 유독 샨티에게 냉정합니다. DNA 검사까지 했는데도 마을은 이 조그만 애를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봅니다. 그러나 정작 샨티야말로 "왜 나만 갖고 그래!!" 를 외칠 만큼 공포의 대상이 집착하는 존재인데 말이죠. 침실에서 공포의 존재와 마주치는 장면은 놀랍게도!! <장화 홍련>에서 다리사이에서 피 질질나는 귀신이 수미를 향해 점프컷하던 씬과 너무나 비슷합니다(관객들의 반응도 비슷했지요). 꼭 또 혼자 있을 때만 나타납니다. 그래도 제가 마음에 든 것은 이 아이가 눈을 질끈 감고 자는 척하면서도 질질질질 짜는 모습이었어요. 왜 보통 공포영화 보면 너무나 담대한 분들이 주인공이잖아요. 옷장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어있으면 그냥 "엄마야" 하고 불끄고 나가면 되지 옷장을 꼭 한번 열어본다든가, 귀신을 만나도 허걱 하는 표정만 지을 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놀란 표정만 가만히 유지하고 계시는 분들이 꼭 있는데 얘는 확실히 애라 그런지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서 질질 짭니다. 아이의 무력함은 영화의 공포 볼륨을 한층 더 올려 주고요.

 

 

결국 아무도 믿지 않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 친구들과 사건을 파헤치던 샨티는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태양을 최대한 피해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이 마을에서 있었던 음모를 파헤칩니다. 마지막에 공포의 대상과 샨티가 다시 조우하게 되는 장면은 다소 의아했지만 오피니언들끼리 "아니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거야?" 라면서 갑론을박하던 중 "냄새" 라는 막내의 답변에 "아하~ 그렇구나!!" 를 외쳤습니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 무서운 존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샨티가 외롭고 장애물이 많은 인생을 살아왔던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던 것 아닐까요.

 

"쉬버(Shiver)" 에는 전율이라는 뜻이 있더군요. 사실 그 공포의 대상과 마주친다는 전율보다 저는 초반의 숲 장면이 더 전율이 일 정도로 무서웠어요. 사람들은 길들여진 자연이 우리를 맞아주고 휴식을 주고 피톤치트를 팍팍 공급해 줄 것을 기대하지만,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은 어떤 귀신보다 괴물보다 사람보다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번 부천에는 "자연 그 자체" 가 주는 공포를 보여주는 영화를 기대해 보렵니다. 본성(Nature) 대로 행동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연(Nature)의 테러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쉬버>를 보면서 들었습니다.

 

+ 영화를 보시려면 > 20080724, 20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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